나는 친구가 노래방에서 불러주었던 2분 47초의 <신메뉴> 덕분에 스트레이 키즈를 좋아하게 되었어. 하지만, <소리꾼> 활동 때 갓생 사느라 바빠서 자연스럽게 이들과 멀어지게 되었고, 케이팝 황천길에 오르게 되었어. 탈케한 김에 다시는 뒤돌아보지 않겠노라 다짐하고 성불하러 스키즈 팬미팅에 갔거든? 웬걸.. 당분간 내 사전에서 '탈테이'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도 없게 되었어. 이 팬미팅이 대체 어땠길래 내 심장을 다시 뛰게 만들었을까?
1. 양일 다른 코너 구성
팬미팅이 전 회차 1인 1매였지만, 1회차는 오프라인으로 보고 2회차는 비욘드 라이브로 두 탕을 뛴 팬들이 태반이었어. 팬미팅의 골조는 무대가 아니라 사이사이에 진행되는 코너인 만큼, 같은 코너를 진행할 때 그 내용까지 동일하게 보여주는 건 팬들을 향한 성의 문제라고 생각해. 그런데 스키즈 팬미팅의 경우, 골조를 제외한 나머지 살들은 양일 다 다르게 채워주어 보는 맛이 있었어! 이런 세세한 포인트에.. 감동을 받았다랄까나?
2. 마라맛 0단계에 수렴하는 셋리스트
내가 황천길을 걷게 된 이유 중 하나는 계속되는 마라맛에 배탈이 났기 때문이야. 마라맛 노래만이 이들의 정체성이 아님에도 그러한 컨셉을 계속 고수하는 게 아쉬웠어. 하지만 이번 팬미팅 셋리스트는 약 2년간 이들이 보여준 행보와 정반대여서 좋았어! <District 9>, <Double Knot>처럼 이들이 마라탕에 입수하기 전의 노래들의 비중이 높았고, 특히 커버곡이 인상 깊었어. 맨날 JYP 저작권료만 더 벌게 해주는 곡들로 커버했다면 이번엔 SM 곡을 커버했는데 색다른 매력을 볼 수 있어서 최고였어!
3. 지루하지 않은 진행
불과 1년 전 1기 팬미팅은 MC 없이 진행되어서 그들만 재밌고 나는 하품만 쩍쩍했던 반면, 재재님 덕분에 얘네만 재밌는 팬미팅이 아닌 모두가 재밌는 팬미팅이 된 거 같아서 좋았어! 단순히 오프 팬미팅이라 재밌었던 게 아니라 온라인으로 봐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분위기를 잘 살려주신 것 같아. 그리고 재재는 역시 재재.. 조사를 정말 많이 해오신 것 같았어. 덕분에 많은 팬들이 기다리고 있던 제 2차 댄스라차 브이앱도 얻어낼 수 있었어!
반면에 이 팬미팅 이후에 더 Kg받는 점도 있었어. 그건 바로 다양한 무대를 잘 소화할 수 있으면서 한 컨셉에만 집중한 무대들만 선보여왔다는 점이야. 매운 음식을 매일 먹다보면 위염이 찾아오는 것처럼 <신메뉴> 이후 이들이 보여준 대부분의 무대들이 마라맛이었기에 종종 담백한 무대를 볼 수 있길 염원해왔어. 그 염원의 결실은 이번 팬미팅이었고, 결과적으로 모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 성공했지! 바로 그 점에서 괘씸죄 종신형을 선고하고 싶어. 왜냐하면 나는 이제 빼도박도 못하는 ‘스테이’가 되었으니까... 그래서 이들의 3월 컴백이 무척 기대 돼. 2회차 팬미팅 말미에서 보여준 트레일러 영상으로 팬들에게 심어준 기대만큼, 이에 부응하는 좋은 신보로 만날 수 있길 바라!
(익명의 에디터) 사실은 나도 성불하러 갔다가 전기뱀장어처럼 팔딱팔딱한 그들의 실물 퍼포먼스를 보고 감동받은 나머지 성불을 포기했거든. 역시 나만 이랬던 것이 아니었구나! 팬미팅이 다 끝나고 컴백 트레일러를 딱 틀어주는데... 결국 난 성불은 커녕, 새 앨범 예약주문 걸어놓고 컴백만 기다리는 사람이 됐어 :)